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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구멍

허블

현호정 (지은이)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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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올해의 신인” 현호정이 상실의 자리에 낸 검은 구멍
소녀의 구멍과 행성의 구멍을 연결하는 회복의 신화


2022년 〈문지문학상〉, 2023년 〈젊은작가상〉에 호명된 “올해의 신인” 현호정의 첫 장편소설 『고고의 구멍』이 출간되었다. “설화를 구축하는 핵심 플롯이 ‘우연’이라면, ‘단명소녀 투쟁기’는 ‘투쟁기’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의지와 행동으로 기어이 ‘필연’의 세계로 나아간다.”(구병모, 이기호, 정소현)는 심사평과 함께 2020년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앞에 등장한 현호정. “소녀를 중심에 두고 기존의 신화를 전복하는 활달한 상상력”(문학평론가 강지희, 《문학동네》 2022년 봄호)이라는 평처럼, 데뷔 이후 특유의 생명력으로 ‘소녀와 신화’라는 주제를 변주해 온 그가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소녀의 상실을 공유하는 행성과 그 창조 신화를 탄생시켰다.
『고고의 구멍』을 읽다 보면, 수상 소감에서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와버린 느낌으로 살아왔다”라고 밝힌 그의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는 자신을 위협하고 죽이는 세계에서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이라서, 『단명소녀 투쟁기』 때는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투쟁하기도 했다. 『고고의 구멍』에서도 그의 강렬한 의지와 생명력은 여전하다. 다만,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데 애쓰는 대신, 버림받은 자신의 마음에서 상실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을 버린 세계도, 자신을 떠난 사랑도, 그렇게 상처 입은 자기 자신도 확연히 볼 수 있게끔 구멍을 내었다. 상실의 순간에서 상실감에 빠져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상실의 구멍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을 품었던 가슴에 구멍을 품었다. 상처 입은 가슴을 무언가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현호정의 성장은 상실의 자리에 구멍을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현호정은 줄곧 성장을 써왔다. 처음 성장소설에 눈 뜨게 된 것은 중학생 때의 일로, 그가 성장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을 읽고 쓴 독후감이 발단이었다. 그의 독후감을 읽고 울었다는 한 선생님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작가 인터뷰 중, 《릿터》 32호), 이후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엔 ‘한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용서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로 모교의 〈대학문학상〉을, 졸업 후엔 ‘한 소녀가 죽음의 단명할 운명을 타고났으나 연명을 위해 여정을 떠나는 서사’로 〈박지리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렇듯 현호정은 줄곧 ‘소녀와 신화’라는 중심 키워드와 저 두 단어를 ‘성장’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작업에 구병모 작가는 다음과 같은 추천사로 화답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단지 아물어야 하는 상처인 줄로만 알아서 무엇으로든 메워지기를 바랐다가, 조금 더 나아가자 가슴의 구멍이 이 세계에 난 구멍과 구분되지 않았으며, 나중에는 구멍이 회복 내지 구원으로 통하는 탈출로처럼 여겨졌다. 이미 빠져나간 것과 흘러 나간 것을 주워 담는 일보다 앞으로 새로이 채워나갈 것이 무엇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 구병모(소설가)

세계를 깨뜨리는 대신 세계와 하나가 되다
신화적 목소리로 행성의 치유를 노래하는 새로운 성장소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성장소설의 고전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이다. 이처럼 세계를 전복하고 깨뜨리는 것이 성장의 공식이었다면 현호정의 성장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세계를 깨뜨리는 대신 성장하는 인물과 같은 상실을 가진 세계를 창조하는 것. 다시 말해, 구멍을 내는 것. 소녀의 가슴과 행성의 대지에 구멍이 생긴 이상, 현호정에게 세계는 더 이상 투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몸을 공유하고 정신적으로 화합해야 하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일 따름이다. 즉, 현호정의 성장에서 세계는 상처와 상실감을 주는 존재에서 자신처럼 상처 입고 상실의 구멍을 가진 존재로 바뀐다. 자신이 진심으로 환영하며 구멍을 메워주고 싶어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고고의 구멍』에는 상실에 의한 서늘한 마음과 상실을 회복시키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양가적인 마음을 반영한 것처럼, 냉대 기후와 열대 기후가 뒤섞인 행성이 등장한다. 저 춥고 따듯한 마음으로 가득한 소녀의 가슴과 여러 기후가 뒤섞인 행성에 뚫린 구멍. 소녀는 자기 가슴에 난 구멍을 보면서 행성의 구멍을 떠올린다. 또 구멍 때문에 죽을 운명에 놓인 자신을 걱정하다가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인 행성의 운명을 걱정한다. 그렇게 점차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나아가 행성과 행성에 흐르는 정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이해의 교차 속에서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간다. 가슴에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연명담은 어느새 자신과 똑같은 상실을 겪은 존재를 만나는 여정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소녀는 자신을 냉대했던 세계로부터 똑같은 상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상실을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이렇게 소녀의 성장은 세계와 하나가 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고고의 구멍』은 세계의 상실이 어째서 ‘행성의 구멍’이, 소녀의 상실이 어째서 ‘몸의 구멍’이 되었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정신과 육체의 긴밀한 연결 고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고리로 행성의 구멍과 소녀의 구멍을 연결한다. 이렇듯 정신과 육체, 세계와 사람을 따로 보지 않는 시선 속에서 그 무엇도 더 이상 투쟁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그리하여 성장의 에너지는 투쟁이 아닌 하나가 되는, 소녀와 신화를 연결하는 신화의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현호정은 과거에도 지금도 신화를 다룬다. 『단명소녀 투쟁기』에서 그가 기존의 신화를 변주해 세계와 투쟁했다면, 『고고의 구멍』은 행성 창조 신화를 써서 소녀와 세계를 함께 회복시킨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초대받고 싶어 하는 ‘성장소설의 세계’. 어느 곳에서도 초대받지 못했던 현호정은, 자신의 단단하고 생명력 넘치는 문체로 모두가 초대받을 수 있는 ‘성장소설의 세계’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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